지리산 자락 답사 둘째날, 순천 by 곧은나무





원래 계획은 아침 일찍 운조루를 보는 거였는데 일정이 안 맞아서 눈물을 머금고 취소. 바로 순천으로 넘어갔습니다. 대중교통으로만 여행한다는 건 이래서 불편하군요.



순천터미널의 버스 안내 시스템. 순천은 지금까지 답사를 다닌 지방 중에서 관광객에 대한 배려가 가장 넘치는 지역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장 이런 시스템만 해도 여지껏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터미널에 도착해서야 씨티투어 버스도 운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죠. 매일 운행하다시피 하는데 요일마다 코스와 요금이 다릅니다. 저 날의 코스는 마침 저희가 가려고 했던 송광사, 낙안읍성, 순천만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씨티투어 버스는 이미 9시 50분에 순천역에서 출발한 다음. 저희는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씨티투어의 첫번째 코스인 드라마 셋트장으로 갔죠.



비가 몹시 오던 날 촬영장에서 만날 수 있었던 씨티투어 버스. 월요일 코스는 드라마 촬영장, 송광사, 낙안읍성, 순천만. 요금은 1인당 9천원입니다. 승객은 주로 20대 초중반 대학생들.



드라마 에덴의 동쪽을 비롯한 몇몇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랍니다. 7,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의 단골 촬영장이라고 하더군요.



드라마 촬영장에서 4, 50분쯤 달려 도착한 송광사. 옆에 살짝 비친 분은 이 날 안내해주신 해설사님. 단체로 움직이다보니 사진을 찍을 시간도 촉박하고 좋은 구도를 확보하기도 어렵더군요.

청량각과 그 안에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마리 용. 잘 보면 입구에서 절 쪽을 향하고 있는 용은 송곳니가 뾰족하고, 절에서 입구 쪽으로 향하고 있는 용은 송곳니가 없고 대신 여의주를 물고 있습니다. 부처님을 만나기 전의 사나운 마음이 여의주로 상징되는 불법을 만남으로써 정화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일주문 앞에 있는 수많은 공덕비들. 송광사에서 배출한 많은 고승들의 것이라고 합니다.
매표소 입구에서 일주문까지 가는 길도 운치있는 길이었지만 쏟아지는 비 때문에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습니다.


대웅전 쪽에서 바라본 종고루. 하루에 세 번 저 종을 치는데 마침 대웅전 앞에 도착했을 때가 저 종을 치는 시간인 12시였습니다. 몸 속까지 울리는 여운이 긴 소리.



비 오는 산사의 정경. 송광사에서는 가람 배치나 전각의 아름다움, 지눌선사의 부도보다도 이 풍경이 더 기억에 남는군요.



대웅보전. 가람배치의 중심이며 현대 전통건축의 걸작이라 자부할 만큼 화려하고 웅장합니다.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마주보고 있는 지장전과 승보전.



1년에 딱 한 번 개방된다는 조사당. 멀찍이서 아쉬움을 달랠 밖에.



보조국사 부도. 보조국사 지눌은 당시에는 정혜사로 불리던 이 곳 송광사에서 수선사 결사운동을 벌여 불교 정화를 꾀했습니다. 보조국사 이후 송광사에서는 16명의 국사가 배출되어 삼보사찰의 하나로 자리매김 하게 됩니다.



보조국사의 부도 앞에서 바라본 송광사 풍경. 송광사가 한 눈에 들어올 뿐만 아니라 수려한 산세와도 어우러져 장관입니다.



송광사의 3대 명물이라는 비사리구시. 3천 명분의 밥을 지을 수 있답니다.

원래 송광사의 관람 예정시간은 1시간. 그 뒤 1시간은 점심시간인데 우리 같은 가난뱅이 답사꾼들에게 점심은 사치이므로 1시간 반 정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적당히 여유있는 관람이긴 했지만 송광사가 워낙에 큰 절이다 보니 수박 겉핥기 식으로밖에 안 됐군요.

관람을 마치고 와서는 쵸코파이로 주린 배를 채웠습니다. 이번 답사 때 산 지 10년도 넘은 오리털 패딩을 입고 갔습니다. 이번만 입고 버린다고 입고 갔는데 수명이 다 한 옷이라 그런지 비를 좀 맞으니까 그냥 누더기가 돼버리더군요. 비는 추적추적 오는데 누더기를 걸치고 쵸코파이를 입에 물고 있으려니 어찌나 궁상스럽던지.


송광사 다음 코스는 낙안읍성이었습니다. 송광사에서도 30분 가량 떨어진 거리에 있었습니다. 낙안은 조선시대까지는 따로 군을 이루고 있었는데 구한 말에 쪼개져 낙안은 순천에, 벌교는 보성에 속하게 됐다고 하는군요.



낙안읍성을 지키고 있는 석구(돌개). 마을을 액으로부터 보호해주고 들어가기 전에 코를 만져주면 한 해가 평안하답니다. 그런데 어디가 코인지 좀 긴가민가 하더군요.



임경업 선정비. 유명한 입경업 장군이 낙안군수로 있을 때의 선정을 기념하는 비라고 합니다. 선정비야 선정에 관계없이 세워지는 경우가 많아 의구심을 갖고 있었는데 나중에 실록을 찾아보니 조정에서도 임 군수를 좋게 평가하고 있었던 모양이더군요. 낙안읍성의 성곽도 임경업 장군 재직 시에 수축했습니다.



동헌에 해당하는 사무당(使無堂). 처리할 일이 없을 만큼 태평성대를 바란다는 뜻에서 지은 이름인데, 정작 모형은 죄인을 잡아다 족치는 모형이군요. 낙안읍성 뿐만 아니라 관아를 재현한 곳에서는 저런 모형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지방관의 하고 많은 업무 중에서도 죄인(때로는 무고한 백성)을 잡아족치는 것만 부각되는 것 같아 아쉽네요.




성곽 위에서 바라본 낙안읍성.

낙안읍성은 사람이 실제 거주하고 있는 마을입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다른 전통마을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입니다. 거주한다는 면에서 보자면 경주의 양동마을과 비슷하지만 양동마을이 거주에 좀 더 촛점을 맞췄다면 낙안읍성은 접근성이 훨씬 높고 관광지로써 잘 꾸며놓았죠.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 마을의 특색에 어울리게 꾸며놨습니다.

글 앞부분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확실히 순천은 문화 관광의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 도시입니다.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보기 좋게, 관광객들이 편리하게 잘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순천시청 문화관광과를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제 일정은 마지막 코스 순천만으로 향하고.



순천만 입구에서 약 30분 가량 떨어진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원래는 순천만의 낙조를 보는게 계획이었지만 비 때문에 틀어졌죠. 하지만 비 온 뒤의 모습도 운치 있군요.



 
순천만의 갈대 습지.

이렇게 둘째날 일정도 마치고 저희는 벌교로 이동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씨티투어 버스 덕분에 이틀치 일정을 하루에 다 소화하긴 했는데, 이렇게 되니 변경되버린 전체 일정과 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한 예산이 걱정거리가 됐죠.
일단 그 걱정을 뒤로 하고 벌교 방문의 목적이었던 벌교 꼬막을 먹으러 갔습니다. 벌교 터미널 일대에도 많은 꼬막집이 있지만 저희는 미리 추천받은 집이 있었기 때문에 소화다리를 건너 벌교 읍내로 향했습니다.



거시기 식당. 벌교 읍내 길가에 위치해 있어서 찾기도 쉽고 저희가 잡은 숙소와도 가까웠습니다. 꼬막 정식 1인분에 12,000원. 가격은 다른 식당들도 거의 동일하다고 하더군요.


에피타이저로 나오는 삶은 꼬막, 구운 꼬막, 꼬막전. 워낙 허기가 져 사진 찍을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걸신 들린 듯이 먹어치웠습니다. 저것만 먹어도 어느 정도 배가 차더군요.


그리고 뒤이어 나온 꼬막무침과 밑반찬들. 사실 저 밑반찬들만 하더라도 서울에서 정식으로 먹으려면 가격이 만만찮을 텐데, 1만 2천원에 저런 상차림이면 돈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더군요. 무엇보다도 맛이 확실하니까.
이걸로 벌교 방문의 목적 달성. 

...이때부터 예산은 휘청거리기 시작.